포스테키안

2019 봄호 / 포스텍 에세이

2019-04-18 146

4차 산업혁명의 벽두에서 막스 베버를 다시 읽는다

 막스 베버 사진

독일의 사상가 막스 베버(Max Weber, 1864.4.21.~1920.6.14)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근대 자본주의와 산업사회의 핵심 메커니즘인 관료제를 심도 있게 조명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합리성 요구에 따라 출현한 관료제가 현대 산업사회에서 최대 효율성을 가능케 할 것이나 이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 예견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술혁신에 열광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이 만들어 낼 엄청난 효율성과 합리성 증대를 환영하기 전, 잠시 베버의 통찰과 경고, 조언을 새겨볼 만하다. 베버가 관료제 중심의 2·3차 산업혁명의 극단적 명암을 간파했듯, 4차 산업혁명의 양면성에 대하여 포스테키안의 균형 잡힌 접근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시작한다. 

현대 산업사회의 탄생, 관료제

막스 베버는 그가 살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한 산업사회의 도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관료제에 관하여 놀라운 통찰을 제공했다. 그 통찰은 지금까지 경영학은 물론,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법학, 역사학, 사회철학 등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현대 산업사회의 핵심 특성을 전통사회의 귀족제 aristocracy와 구분되는 새로운 현대적 조직 형태, 즉 관료제bureaucracy의 출현에 의한 전체 사회의 근본적 재편으로 설명한다. 실제로, 관료제는 기업뿐 아니라 공공 및 비영리 부문에까지 깊숙이 확산하여 전대미문의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를 촉발하고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관료제의 등장을 ‘범세계적 합리화’의 물결로 규정한 베버는 당시 급속 성장하는 시장경제의 합리성과 효율성에서 관료제의 근본 원인을 해석한다. 자율적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장에서 경제 주체는 최대 이익을 낼 합리적 선택을 추구하며, 이를 계획하려면 효율적 조직구조가 필요하다. 이에 사회 전반에서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전체 조직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고자 관료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현대적 조직이 출현한 것이다. 관료제 하에서 조직 행동은 특정 개인의 임의적 판단에 근거하지 않고 사전에 합의한 공식적 규칙과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관료제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은 개인적 요소를 철저히 배격하는 ‘탈 개인화’로 특징된다.

관료제의 특성과 명암

관료제는 다음 다섯 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째,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을 공식적 규칙과 절차에 따르는 ‘공식화’이다. 둘째, 문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합법적 권한’에 의한 상급자의 결정과 명령을 따른다. 셋째, 자신이 맡은 분야만 담당하고 다른 부분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 철저한 ‘전문적 분업’이 이루어진다. 넷째, 전문성에 근거한 조직-구성원 간의 ‘계약관계’를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상향적 승진’이 구성원의 기대 행동을 촉발하는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관료제는 시장경제와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하며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퍼졌고, 역사상 전례 없는 엄청난 생산성 증대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베버는 “지하에 매장된 마지막 석탄 한 조각을 캐내서 태울 때까지” 관료제가 미래에도 인류와 함께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언을 했다.

그런데 베버는 현대 산업사회의 합리성과 효율성 같은 긍정적 측면만 조명하지 않았다. 관료제로 인한 비인간화, 도구주의, 경직성 같은 부정적 결과도 함께 지적했다. 그의 비유에 따르면 관료제는 ‘강철 우리iron cage’라는 양면적 개념으로 설명된다. 산업 발전의 핵심 자원인 ‘강철’은 현대적이고 강인하지만 동시에 차갑고 비인간적이다. ‘우리’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제약하는 감옥을 대변한다. 즉, 관료제가 주도하는 현대 산업사회는 차갑고 비인간적이며 억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또한, 베버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관료제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수단과 목적의 전도 현상’을 경고했다. 그리고 관료제가 수단이라는 본질을 망각한 채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영혼 없는 전문가’의 지배를 예견했다. 베버의 경고와 예견은 2차 산업혁명을 지나 3차 산업혁명에서도 유효했고, 결국 인류는 한 세기 동안 관료제의 혜택과 부작용을 동시에 경험했다.

 막스 베버 사진

베버의 인간 중심 신념, 4차 산업혁명의 지향점

관료제는 현시점에서 지극히 당연하지만, 베버의 시대에서는 전대미문의 사회 현상이었고, 2·3차 산업혁명에서 대변동을 일으켰다. 사회는 지금 또 다른 산업혁명을 마주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조직경영 분야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이 산업혁명이 불러올 미래와 결과에 대하여 긍정적 희망과 부정적 불안이 공존하며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베버의 시대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에서, 그가 제시한 철학적 경고와 예견은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한 우리에게 다음의 교훈을 던진다.

우선, 베버가 관료제 중심의 현대 산업사회의 양면성을 간파했듯 4차 산업혁명의 명암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역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긍정적 가능성과 부정적 가능성을 동시 내포한 4차 산업혁명의 메커니즘이 혹여 디지털 우리 digital cage가 되어 인간의 자유의지를 제약하진 않을지에 대하여 신중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역사 발전의 한 단계이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부정적 가능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결정론적 관점은 지양해야 한다. 현재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주류 논의는 기술결정론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 중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베버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이는 현재의 과학기술 진보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체인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과학기술 지식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도덕적 가치관에 따른 올바른 선택과 행동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인류적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역사적 대전환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포스테키안이 첨단 기술을 주도하며 미래를 실현해 나아가길 희망하는 한편, 베버와 같은 고전으로부터 기술·과학 철학적 가치관을 확립하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 결과, 여러분은 세계를 관조하는 방관자 혹은 지적 호기심에만 몰두하는 탐구자가 아닌, 대상 세계에 능동적으로 반응하여 인류 사회의 건설적 변혁을 일으키는 실천가로 성장할 수 있다.

글/ 서리빈  산업경영공학과 대우조교수